회사를 다니면서 박사과정을 병행하다보니, 이런 즐겁고 신나는 글을 쓸 여유도 없어서 한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몇장 찍지도 못한 사진첩을 보면서 한 달전 즐겁고 신났던 PyCon2019 참석 후기를 작성한다.

발표자 신청

2~3주에 한번씩 부산에 있는 개발자분들과 모여서 코드리딩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CPython의 소스코드를 읽거나, OpenCV 코드를 읽으면서 스터디를 진행했다. 코드 리딩을 하면서 이런저런 기법을 많이 알게되었는데, 아쉽게도 해당 기법의 대부분이 C언어에 국한되다보니 재미도 많이 없고해서 요즘에는 개인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2~3주 마다 모여서 프로젝트 진행 상황이나 하면서 알게된 것, 혹은 현재 마주한 문제점등을 가볍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ML과 관련된 주제가 많이 거론되고, OpenCV를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개발자분들의 경우 Caffe등을 미리 경험해본적이 있어서 <<핸즈온 머신러닝 - 사이킷런과 텐서플로를 활용한 머신러닝, 딥러닝 실무>>를 같이 공부하면서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과정에서 ML에 관련된 몇가지 개인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번 파이콘에 그런 생각을 조금 구체화해서 발표해면 좋겠다 생각해서 준우와 함께 발표자 신청을 하게 되었다.

발표자 선정이 완료되고, 발표자료를 만들면서 해당 세션에 목표나 방향성에 대해서 준우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PyCon2019 운영 위원회분들의 친절한 리뷰 덕분에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발표는 잘 마무리되었다. 발표준비를 위해서 Github에 저장소를 만들고, 발표용 slide를 만들면서 7월 보냈던 것 같았다.

서울 도착

KTX보다 저렴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준우는 집에 일이 생겨서 발표 당일에 서울로 올라올 듯 했다. 예전에는 부산의 개발자분들과 함께 올라가서 Airbnb를 통해서 작은 방을 예약해서 지역 개발자분들과 소통하는 기회도 만들었다. 올해는 우리집 바깥양반께서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아쉽게도 부산분들과 함께 가진 못했다.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서 서울에 올라가면 부산에서 올라오시는 분들과 잠깐이라도 모여서 커피라도 마시는 자리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반면, 우리집 바깥양반과 함께 올라가는 길이라 PyCon보다는 정말 '휴가'같았다. 둘이 오랜만에 서울에 가는 길이고, 박사과정 덕분에 토/일에 시간 여유가 없어서 어딜 잘 나갈일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는데, 이번에 올라가서 같이 놀 생각하니 그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안전벨트를 하고 잠시 잠들었는데, 김포공항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케이트로 나와서 강남에 예약해둔 호텔로 향했다. 작년 PyCon 이후로 서울에 올라가지 않아서 서울의 신기한 문물에 대해서 잘 아는바가 없었는데 사람들이 거리에서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광경을 보면서 얼마 안되는 사이에 거리가 많이 변해있었다.

도착과 동시에 바깥양반께서 '평양냉면'을 먹으러 가야된다고 하셔서, 강남역 근처에 있는 '봉피랑'에 가서 늦은 점심을 하였다. 올해 바깥양반의 컨셉은 '평양냉면'이다. 작년에 같이 서울에 왔을 때 먹었던 '평양냉면'의 맛을 잊지 못하고, 육수를 생수처럼 팔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올해는 서울에 올라오셔서 '평양냉면'으로 승부를 보셨다.

저녁엔 먼저 도착한 형님들과 간단한 저녁을 하였다. 작년에는 제법 인원이 있었는데, 올해는 취업 때문에 올라오지 못한 인원도 있었고 미리 연락이 안되서 저녁에 만날 수 없어서 연락되는 분들과 만나서 가볍게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내일 세션과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될 수 있으면 부산에서 올라온 참석자 분들과 함께 가볍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제안을 드렸는데 다들 흥쾌히 내일 저녁에 마치고 가볍게 커피나 치킨이라도 먹자고 하셔서 저녁 일정까지 확정하고 각자 숙소로 향했다.

1일차

아침에 일어나서 급하게 씻고, 바깥양반이 알아봐둔 국밥(!) 집이 있다고 하셔서 그곳에서 가서 아침을 먹었다. Microsoft에서 '열린점심' 행사를 한다고 해서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다. 다른 MVP님과 관계자분들과 인사를 드리고 내가 준비한 가벼운 세션을 진행했다. 10분 정도되는 짧은 세션이라 큰 내용은 없지만, 이번에 개인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macOS가 아닌 Windows에서 진행하다보니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그냥 macOS에서 할까 하다가, 이것도 다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Windows를 묻고 WSL로 갔던" 경험을 짧게 공유했다.

열린점심이란 행사가 올해 처음 생긴것 같았는데, 점심 시간을 활용해서 여러가지 홍보나 작은 행사를 진행하기에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내년에는 어떤 다양한 행사가 만들어질지 기대된다.

세션을 듣기 위해서 1층오 향하는데, 1층을 수놓았던 빈백이 2층으로 옮겨져 있었고, 오픈 스페이스가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되었다. 테이블마다 각자의 주제로 열띤 이야기를 하는 곳도 있었고, 잠시 앉아서 뭔가를 정리하는 곳도 있었다. '열린공간'이란 주제에 걸맞게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한곳에서 진행되다 보니 여러가지 주제를 한 눈에 찾아볼 수 있었서 좋았다. 무엇보다 공간이 넓어서 잠시 앉아서 쉬기도 좋았다.

셀러리 핵심과 커스터마이제이션

한참 Django로 작업을 할 때, 비동기 태스크 큐인 Celery를 자주 활용했다. 요즘에는 다른 것을 활용하긴 하지만 Python으로 작업할 때 여전히 Celery를 사용하긴 한다. 해당 세션에선 Celery를 사용할 때 메뉴얼을 주의해서 읽지 않으면 쉽게 실수할만한 내용들을 잘 요약해서 전달해주고 있다. 만약 Celery를 업무에 적용하고 계시다면 해당 세션을 꼭 참고해보자. YouTube에 동영상이 공개되어 있고, 슬라이드도 제공하고 있다.

파이썬 3.7 어찌 그렇게 빨라졌나

파이썬 3.7의 변경사항을 중심으로 속도 개선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서 발표했던 영상이다. 발표자분께서 변경사항 중에서 속도 개선과 관려된 커밋 내용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달해주셨다. 해당 세션을 듣고, 예전에 CPython 관련해서 코드를 공부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때 좀 더 열심히 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재미가 너무 없어서 포기했던게 아쉬웠다. 그리고 세션을 다 듣고 CPython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CPython 스터디를 진행해서 결과를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나의 TODO 목록에 추가했다.

머신러닝 및 데이터 과학 연구자를 위한 Python 기반 컨테이너 분산처리 플랫폼 설계 및 개발

Python 기반 컨테이너 분산처리 플랫폼 설계 및 개발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는 세션이다. 내가 올해 들었던 전체 세션 중에서 많은 생각을 했던 세션이다. 개발 과정에서 겪게되는 다양한 선택과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이뤄내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웃으시면 발표했지만, 발표를 듣고 있는 나에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결단력과 결과를 도출해내는 실력 그리고 다 함께 성과를 내는 팀웍이 부러웠다. 그리고 컨테이너 기반 플랫폼을 구현하거나 구상하고 있다면 이 세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프로젝트 매니저, CEO, 혹은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보셔도 좋을 듯 싶다.

부산지역 개발자 모임

1일차 행사가 끝나고, 부산지역 개발자분들 중에서 PyCon2019에 참석하신분들과 연락해서 가까운 치킨집에서 짧은 대화를 나눴다. 10명 정도가 참석했고, 대전에서 올라오신 이진석 MVP 님도 함께 하셔서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여러 개발자분들이 모여서 각자 이번 PyCon2019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튜토리얼에 참석했던 분, 스프린트에 참석했던 분, 이번 Pycon2019 발표자, 자원봉사 경험자 등 모이고 보니 다양한 인원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내년에도 여유가 되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런 모임을 가지면 좋을 듯 싶었다.

참고로 이번 파이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려고 장소도 대관을 했지만 태풍 링링이 영향권에 부산이 포함되면서 행사는 취소되었습니다(안전 제일!).

2일차

꼬마 모차르트가 되어보자(Feat. Magenta)

작년부터 시간이 나면 머신러닝 관련 스터디를 진행했고, 없는 시간을 쪼개서 관련 스터디를 했다. 스터디를 하기 위해서 잘 안보는 원서도 구매해서 정성을 다해서 스터디를 했다고 생각했다. 어느날, 내가 무슨 스터디를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난 분명히 머신러닝을 배웠다고 생각했고, 제법 잘 다룬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나는 개발자다. 내가 했던 대부분의 스터디는 머신러닝의 '모델'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교재는 '모델'을 잘 만들고, 검증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머신러닝을 사용해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Pandas도 배웠고, 이걸 왜 알아야 되는지 모르지만 Numpy도 배웠다. Matplotlib, Seaborn, 그리고 plotly 까지 배우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배웠다. 뭘 배우는지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했고, 그 댓가로 내가 잘하지도 못하는 분야에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이번 발표는 내가 쉽게 구할 수 있는 모델을 사용하면서 겪게됬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머신러닝 '모델'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나는 과연 저 모델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모델을 사용하는데 다른 장애물은 없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시작한 프로젝트였고 발표였다. 의도가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에게 다른 의도라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당신의 소중한 시간이 낭비되지 않은 발표였기를 바래본다.

Quantum Physics in Python - 파이썬으로 양자컴퓨팅 즐기기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라서 정말 '구경'하는 마음으로 들었다. 뭔가 잘 와닿지 않은 논리였지만 실제로 동작하는 코드를 보면서 저런 놀라운 일이 정말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에 약간 충격이었고, 누군가는 저런 엄청난 것을 만들고 있다니!

파이썬으로 악마를 만들어보자

가장 실용적인 세션 중 하나이다. 파이썬으로 백그라운드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면 이 세션을 먼저 듣고 시작해보자! 단 20분만에 동작하는 데몬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인과 만남

마지막 세션을 듣고 오랜만에 서울에 거주하는 지인을 만났다. 바깥양반과 대학교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라서 나도 오랜만에 만나러 여의도로 향했다. 바깥양반 아침부터 을밀대에서 평양냉면 한 그릇 마시고, 지인과 만나서 우래옥에 가서 또 평양냉면들 드셨다고 하셨다.

여의도에선 뭔가 다른걸 먹나 했는데, 덮고 습해서 거기서 뭘 먹기엔 좀 그랬는지 강남으로 이동해서 진미평양냉면을 먹었다. 우리 바깥양반께서는 하루 세끼를 평양냉면만 드시고 지인을 배웅하고 숙소로 향하면서 왜 평양냉면 육수를 따로 담아서 팔지 않는지 궁금해하셨다.

오랜만에 서울에 와서 바깥양반 좋아하는걸 많이 많이 먹어서 좋았고, 나도 평양냉면을 즐겨먹지 않는데, 저렇게 좋아하는걸 보니 또 서울에 놀러와야겠다 생각했다.

집으로

다음날이 되어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내가 좋아하는(like it!) 쉑쉑버거에서 더블패티로 햄버거를 하나먹고, 곧바로 충무로에 있는 필동냉명(!)에 가서 서울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하였다. 시간이 남아서 블루보틀에 놀러가서 커피도 한잔하고 비행기 타고 집에 왔다.

남은 것과 남긴 것

우리 바깥양반은 가고 싶었던 냉면집을 다 갔고, 나는 이번 파이콘에서 지역모임에 대해서 조금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역모임이 꼭 필요한가?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왜냐하면, 부산에서 파이썬을 사용하는 회사가 거의 없다. 다들 파이썬, 파이썬, 파이썬 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어떤 회사도 파이썬을 쓰지 않고, 학생들도 당장 취업이 걱정이라 JavaSpring을 공부하거나 React와 같은 많은 회사에서 원하는 스펙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파이썬의 인기에 비해서 부산에 개발자가 거의 없는 이유도 거기에 근거한다고 생각한다. ML 스터디의 경우 다양한 인원이 모이지만 결론적으로 파이썬의 문법이란 허들을 넘지 못하고 돌아갔다. 부산의 파이선 모임은 ML 스터디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고, 현재는 남아있지 않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Pycon2019가 끝나고 부산에 와서 행사를 준비하면서 꼭 스터디일 필요도 없고, 세미나를 진행하지 않아도 좋겠다 생각했다. 그냥 파이썬 사용자 혹은 파이썬을 배우고 싶어하는 분들과 모여서 가볍게 1~2시간 정도 이야기 하는 모임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치킨집에 모여서 자신이 했던 경험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커뮤니티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꼭 파이썬이 아니더라도 그냥 모여서 다 같이 즐겁게 이야기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 어쩌면 지역모임에서 해야할 것은 스터디 열심히해서 서울에 취직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보다는 주기적으로 모여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시간이 허락하면 세미나도 해보고 컨퍼런스도 진행하면 될 것 같다. 만나서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 그 자체가 큰 의미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