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콘 2017 후기

1.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는 시간

올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세션은 Django(+Rest Framework) In Depth 세션과 2일차 차영호님의 Back to the Low Level 세션이다.

작년도 파이콘[1]에서 Django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져서 1년간 스터디를 꾸준히 진행했다. 부산에 몇 안되는 개발자분들과 함께 진행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스터디를 진행하기도 했다. 덕분에 회사에서 DRF를 적용해서 API 서버를 만들어보는 소중한 경험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스터디/업무를 진행 할수록 기술에 대한 목마름은 더욱더 커져갔다. Django를 곧 잘 쓰는 듯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코드가 비어있는(empty)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번 파이콘을 통해서 내가 그러한 느낌을 가졌던 이유를 깨달았다. 코드의 곁면만 보고 내부를 알지 못하고, 구글 검색과 문서에 의존해서 코드를 짜집기 하는 과정만 반복했다. 내부 코드를 보고 내가 사용하는 함수나 메서드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여야 했는데 막연하게 잘 쓰고 싶다는 생각~~(개멋에 취했서...)~~ 때문에 바보처럼 공부했다. 열심히 공부하는 내 모습에 내 스스로가 취해서~~(개멋...)~~ 별거 아닌 공부를 바보처럼 했었고, 어쩌면 지금도 하고 있는지 모른다. API 서버를 만들었던 소중한 기회조차 잘 살라지 못하고 이런저런 코드로 도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끄러웠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자신의 부끄러움을 외쳤던[2] 그 처럼, 나도 세션이 끝나고 나오면서 내 부끄러움을 핸드폰 어딘가에 적어두었고, 그렇게 끝나버릴 수도 있었던 나의 감정은 이틀째날 차영호님의 발표 덕분에 당연한 것을 한 번 더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 보기를[3] 권했던 어느 시인의 조언을 떠올리며 올해 진행할 나의 공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올해 가장 큰 목표는 학습과 업무에 사용되는 코드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Django의 내부 코드(김태웅님이 추천하신 backend)를 다시 살펴보는 기회를 가져볼 것이며, 나의 시간과 의지가 허락한다면 Python의 코드까지 도전해 보려고 한다.

올해 파이콘 참석을 통해 내가 얻게 된 가장 큰 선물은 '당연하지 않다'라는 소중한 고민이다.

2. 함께하는 즐거움 - Pycon 2017 레이드

작년에는 자원봉사도 하고, 발표도 했기 때문에 약간 바쁘게 참석했다. 그리고 작년도 준비위원회분들의 배려 덕분에 아주 훌륭한 숙소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올해는 작년의 실수를 거울 삼아 나처럼 숙소에 고민이 많을 지방(a.k.a 부산) 참석자를 위해서 한가지 이벤트를 생각했다.

부산에서 파이콘에 참석하는 분들과 함께 Pycon 2017 레이드를 모집했다. 레이드에 모집된 4명의 경우 회사에서 파이썬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강렬한 뽐뿌(!)와 주술(?) 그리고 그들의 기술에 대한 갈망을 부채질(a.k.a 약을 팔다)해서 함께 참석할 수 있었다.

숙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에어비앤비에서 구했다. 쉑쉑 버거를 엄청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신논현역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모두 파이콘에 참석하는 인원이라 저녁에 자신들이 참석했던 세션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도 할 수 있었고, 같이 갔던 형님들이 2년차 팀장님의 가슴에 불을 질러서(해봐 해봐! 파이썬이랑 상관없어도 발표 가능할꺼야!) 2일차 라이트닝 토크를 위해서 2년차 팀장님이 새벽에 자신의 맥북으로 발표준비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구경할 수 있었다.

5명이서 서울투어(쉐쉑-익선동-필동면옥)도 함께 할 수 있었고, 알아봤자 도움안되는 백만가지 것들로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즐겁고 편하게 파이콘에 참석할 수 있었다. 서울 투어 상품을 좀 더 준비했다면 좋았겠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내년엔 여행상품으로 만들어서 단체 관광을 추진해볼까 진지하게 고려~~(피봇?!)~~중이다.

3. 다시 내년에 뵙기를 기대하며!

작년에 생각했던 몇가지 것들은 업무에 적용해 볼 수 있었고, 몇가지 것들은 아직 소중한 Things에 남아있다. 올해 파이콘에서 생각했던 몇가지 것들이 다시 Things에 추가 되었다.

과연 나는 지금의 고민과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스스로 다짐했던 것들을 잘 실천할 수 있을까? 나도 궁금하지만, 이 모든 결과는 내년 파이콘에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분 내년에 또 뵙기를 기대하며, 즐거운 하루되세요!

Ref


  1. PyCon APAC 2016 후기 ↩︎

  2.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

  3.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공지영 ↩︎